Posted by 어느 엑파팬 at 2008-08-20 00:42:33 | 1010 views

어느 엑파팬의 감상문.

don't give up


한 동안 잊은 듯 했습니다.
엑파를 향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앞으로도 모를 내 끝없는 사랑의 감흥을
그동안 잊은 듯 했습니다.

첫 번째 영화관람.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왈칵 솟아오르는 감격과 그리움으로 관람내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멀더 스컬리는 이미 내 심장에, 머리에서 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걸 잊었더랬습니다.

평소 이성적이라 자부했던 내가,
아무리 관심있어하는 배우의 영화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 비평했던 내가,
6년을 돌아돌아 다시 조우하게 된 엑파와 멀더 스컬리는
이 세상의 어떤 무딘 잣대와 펜으로도 마름질할 수 없음을 알았죠.

언제나 엑스파일이었습니다.
한결같은 멀더 스컬리였어요.


역시 크리스 카터감독이라 탄성을 질러댔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나 죽기 전에 ㅋㅋ 꼬옥 확인하고 싶었던
멀더 스컬리의 그 후 이야기의 핵심을 찔러대는 크리스!!


9시즌 최종회에서 미스테리 초자연적 존재에 가능성을 열였던 스컬리.
하지만 스컬리의 인생관은
양심있는 의사로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
소신과 사랑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따뜻한 울타리 안의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가정생활을 꿈꾸는 스컬리.


진실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열정적 인생철학을 가진 멀더.
그의 정의로운 소신을 붙잡아둘 울타리는 없어보입니다.


이렇게 다른 멀더와 스컬리의 그 후 이야기.

과연 이들은 현실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자신들이 꿈꾸는 현실적 꿈을 포기하고 상대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이들을 한 울타리안에 묶어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혹은 이들을 여전히 세상을 방황하며 어둠속을 뛰어다니게 몰아내야 옳은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뭐라고 단정짓기도 조심스러운
멀더 스컬리 관계의 핵심적 문제였다 생각해 오고 있었습니다.



스컬리에게 자신의 평범한 인생과 울타리 밖에서 뛰어다니는 멀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멀더에게 스컬리와의 평범한 인생과 자신의 열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크리스 감독은 노골적인 질문지를 멀더 스컬리에게 던져주고는
자그만치 16년이닷!
결정해야지~

감독도 팔짱끼고 지켜보고 그것도 흐뭇하게^^
엑스필들도 주먹쥐고 지켜보고 그것도 행복하게^^

애꿎은 땀과 눈물을 뻘뻘 보이는 것은
마음과 몸을 동동거리고 있던 답안지 작성을 고민하는
우리의 멀더와 스컬리였죠. 음하하...


멀더 삐져서 마지막 씬에서
어둠속으로 왜 찾아왔냐며 틱틱거리던 모습이라니...
하하하...

병원 의국에서 멀더의 열정을 포기하기로 선택한
스컬리의 이별?통보에 상처받던 동거인 남자 멀더의 슬픈 눈,

조셉신부가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스컬 리가 이렇게 흔들리는지
무쟈게 궁금해하고 다그쳐도 입 꼬옥 다물고 있는 스컬리를
한껏 째려보고 흘겨보던 멀더의 마음 상해하던 눈,


사실 조셉신부을 믿었기에
멀더를 포기하기 않았다는 스컬리의 말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던 사랑과 감사의 연인의 눈,


심장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
멀더의 깊고 변화무쌍한 눈길에...



멀더를 놓아버리고
그를 영원히 잃어버릴 뻔 하다가
결국 그를 영원히 포기할 수 없음을 깨달은
멀더의 열정을 선택하는 스컬리.


왜 다시 어둠속으로 찾아왔냐며 눈길주지 않던 멀더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치 살피며 긴장하던 스컬리라니...^^


스컬리에게 초자연적 존재의 믿음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죠.
언제나 그랬습니다.
스컬리에게 선택의 문제였죠.

그것을 믿는 것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의 선택.


신앙심 깊은, 한 소년의 엄마인 스컬 리가
카톨릭 신부의 소년들 강간 범죄는 경멸과 분노와 죄악의 대상이었습니다.

스컬 리가 그의 범죄를 알지 못했을때
스컬리는 조셉신부의 영적 능력을 이미 <믿고 있었기에>
멀더에게 사건을 맡아보라고 권할 수 있었겠죠.

근데 하필 그 신부가 소년 강간 범죄자였으니
믿음의 잣대를 한창 분노하고 있을 스컬리에게 들이대는 것은
참으로 억울하고 못할 짓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멀더!
그러니 당신이 out 당하는 거쥐...


멀더와의 관계에서도 포기를 선택하고
자신의 환자치료에 있어서도 포기를 고민하는 스컬리에게
이 천하의 악당인 조셉신부가
don't give up 격려를 했으니

스컬 리가 조셉신부를 찾아가
버럭버럭 갈구고 화풀이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 아닙니까? ^^



그나저나 구글 검색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그 생체실험 논문을 보지 못했다면
그래서 멀더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면
조셉신부를 여전히 믿지 못했다면

우리 멀더는 그 사각사각 날을 간(그 장면에서 엄청 웃었습니다) 도끼로
운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네요. 흑흑...



그래서 끝내 말하지 않고 고개숙인 스컬리에게
씩씩거리며 흘겨보다가 등돌려 버린 삐돌이 멀더에게
스컬 리가 고백을 던집니다.

don't give up


멀더를 영원히 잃어버렸을지도 몰랐을 상황을 회상한
스컬리의 울먹울먹 격해지던 진심을 마주보게 된
멀더, 감동받고 고마워하고 결국 풀어집니다.


음...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 두사람의 관계의 열쇠는 언제나 스컬리에요.

멀더는 스컬 리가 떠난다면 잡지도 못하는
그저 그녀가 행복해지기만을, good luck 하기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덩그러이 홀로 남겨지는 것 같은, 어쩌면 그게 맞는 연인의 모습같습니다.



멀더가 스컬리에게 마음을 담아 건네던
don't give up

스컬리 당신의 환자를 포기하지 말아요
스컬리 당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말아요

우리 관계를 포기하지 말아요
우리 윌리엄을 포기하지 말아요
우리 지구를 포기하지 말아요

희망과 사랑의 감격스런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니 그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키스씬이 나오는 거겠죠? ^^


(세 번 영화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카터가 영화 3편에서 음모론을 정리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그 수순으로 멀더와 스컬리의 확실한 결합을
먼저 팬들에게, 그 자신에게, 엑스파일 드라마에게 도장찍고 있구나

비록 흥행이 저조하지만 아니면 망했거나
포기하지 않을랍니다.

엑스파일 3편.

카터의 희망이고
멀더의 희망이고
스컬리의 희망이니까요...




Comments

  • Shybug 2008-08-20 01:24 | Delete | Edit

    저도 포기 않을껍니다. 3편 엑필들의 희망 아니겠습니까? ㅎㅎ 않나온다면 미국까지 날라가서 폭스 본사앞에서 단식투쟁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ㅡ_ㅡ...

  • 난장이 2008-08-20 13:35 | Delete | Edit

    정말 잘 읽었습니다. 세번 보신 분의 감상문답게 깊이있는 해석이 엿보입니다. 저도 얼른 다시 봐야겠습니다. ㅎㅎㅎ

  • 깜장토끼 2008-08-20 19:43 | Delete | Edit

    정말 멋진 감상문입니다. 저도 내용뿐이 아닌 두 주인공의 감정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다시 보고 싶네요^^

  • 레이-* 2008-08-21 13:18 | Delete | Edit

    넘 맘에 드는 감상평이에요~또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 구름 2008-08-22 00:05 | Delete | Edit

    저도 포기않을겁니다 ! 3편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