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worry at 2008-02-12 10:02:21 | 1015 views

이래서 우리나라엔 외계인 음모론이 적용 안되나 봐요.


어디서 들은 얘긴데, 우리나라의 민간 설화를 보면 귀신이 그렇게까지 강력하지 않다고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귀신이 인간한테 피해를 막대하게 줄 정도로 힘도 세고, 이유없이 죽이는 것도 많고 그런 편이죠) 설사 사람을 해하려해도 다 피할 방도가 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밤새 씨름하며 아침까지 붙잡자 귀신이 가축으로 변해버려서 잡아먹었다.. -_- 라는 얘기였습니다. -_-;;

여튼, 한국에선 귀신이 그렇게 강력한 존재가 아니다.. 라는 그 이유가 재미있었어요. 한국은 워낙 '관(官)'이 센 나라라서 귀신같은 저 너머 사람들한테 뭘 뒤집어씌우고 말고가 없다는 거였죠. -_-;;; 어떤 피해를 입어도 초현실을 그닥 따질 일이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최근 200~300년을 돌아보면 외적이 쳐들어온다거나, 흉년이 든다던가, 수탈을 당하거나... 다 그 이유가 명백해서 귀신한테 책임을 묻고말고할 게 없었다는 거에요. - -;; 외려 귀신이 도와주면 모를까요.

(도대체 이 재밌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걸까...)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 바로 숭례문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일 이게 사회 보장제도와 방재체제가 잘 된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전소될 이유'를 딱히 찾지 못해서 그걸 초자연적인 것으로 돌릴 명분이라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누구나 다 압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책임을 돌릴 대상이 있죠. 바로 '관(官)'이죠.

어제 소공동 갔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 남대문까지 가봤는데, 정말... 뭔가 아련합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 - 다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다같이 관 탓이라고 하더군요. 아주 고전적인 레파토리인 간첩이 그랬다, ***(지역이름)가 문제다부터(바로 옆에서 하마터면 싸움날 뻔... ;; ) 이명박이 개방하고 관리를 안 했다, 박근혜가 나왔어야 했다(정말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듣던중 가장 참신했어요 -_-;; ), 어디 불을 꺼야하는데 엉뚱한 데 물뿌리고 있었다... 뭐라고 하건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사람의 책임이지 귀신 책임이라고는 안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나라엔 정부 음모론은 적용되어도 외계인 음모론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제목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인간의 손을 벗어나는 초자연적인 것이 작용하면 포기라도 할 텐데, 그게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 만든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니 나 자신이 한심하죠. 미국같으면 과학수사대가 밝혀줄테고 영국이면 닥터가 나타나 도움이라도 줄 텐데, 우리나라는 그런 걸 기대조차 못 할 정도로 현실에 붙박혀버렸나 봅니다.

그리고 가장 절망적인 것은... 이런 절망이 현실이라 믿어버려 그저 이 상태로 뭉개는 거죠. 과연 숭례문이 불타버린 후에 문화재 보존체계가 달라질까요? 소방방재 매뉴얼이라도 생길까요? 앞으로 5년간은 분명히 하나도 안 생깁니다. 운하판다고 까부실 일만 남았죠. 정말 ... 아프간 석불은 부서진 게 아니라 치욕스러워 스스로 무너졌다고 말한 마흐말바프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Comments

  • 마음의지도 2008-02-12 12:00 | Delete | Edit

    뉴스에서 외형은 99%복원 가능하지만 가치는 복원 불가능 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가슴아픕니다. 이렇게 됬는데 2MB씨는 운하팔 생각만 하고 계시죠..
    음모론식으로 생각하자면 문화말살정책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사나 국어 수학등 영어로 수업하는것처럼 말이지요

  • 김응훈 2008-02-13 10:55 | Delete | Edit

    이번 숭례문 화재는 정말 안타까습니다.
    원래 나라 돌아가는 일에 별로 신경 안쓰고 사는데, 이번 사건은 국보가 타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 충격이 크네요.

  • zao 2008-02-13 23:18 | Delete | Edit

    뉴스 보고 있으면, 있던 병은 심해지고, 없던 병은 생길 것 같습니다. 마음 편한 날이 하루도 없고...IMF 터졌을 때도 이렇게 심란하지는 않았습니다. 미치겠다는...ㅜ_ㅜ

  • 난장이 2008-02-16 21:08 | Delete | Edit

    숭례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을 끈 것이 아니라 그래 옛다 내가 스스로 꺼지마...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와르르...무너져내리고 불이 꺼졌으니까요. 보던 사람들 소식 전하던 기자도 뜻밖의 상황에 말을 잊을 정도로 정말 순식간이었지요.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겠고 이메가 정권 하에서 자행될 앞으로 일을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해집니다. ㅠ.ㅠ

  • 단티 2008-02-20 21:14 | Delete | Edit

    방화범은 물론이고 정부까지 네탓이오 돌리고만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죠. 뭐... 방화범은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정부는 참... ㅠㅜ 문득 엑스파일 명언?중에 하나가 생각나네요. '사과도 정책이다. Apology is policy.' 정부가 사과만 해도 이렇게 화나지는 않을텐데 말이에요. 참 민심 하나 돌리지 못하는 정책 못하는 정부네요. 아, 그런데 MB씨는 사과...했다고 하네요. 물론 숭례문방화에 대한 사과가 아닌 국민모금발언에 대한 사과랍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