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깜장토끼 at 2009-10-14 12:14:40 | 1050 views
15년을 같이 살던 강아지가 어제 죽었습니다.
어제 저녁 7~8시 사이에 죽었어요.
평소에 아이가 별로 아픈 기색도 없고 어제 아침만 해도 잘 뛰어다니고
잘 짖고 애교도 부리고 해서 그렇게 아픈건지 몰랐어요.
그냥.. 몇개월전에 털을 깎을 때 생긴 상처가 자꾸 덧나서
몇개월이나 보면서도 그거 상처 덧난거 하나 못 고쳐주나 싶고
뭐 그리 바쁘다고 병원도 못 데려가주나 싶어서 어제 큰맘먹고 병원에 데려갔었어요.
15년이나 살았으니까 요즘 솔직히 늙은 기색이 보이기는 했습니다.
조금만 뛰어도 숨차하는 것이 역력히 보이고.. 많이 자고..
그래도 애가 명랑하고 밥도 잘 먹고 그래서 병이 깊은 줄 몰랐어요.
병원에서는 나이가 있으니 종합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맡기고 집에 왔습니다. 그때만해도 집에 다시 못 데려올줄 몰랐어요.
6시 10분 정도 넘어서 검사 다 끝났다고 데리러 오라고 전화가 와서
6시 40분쯤 도착한 것 같아요.
먼 거리가 아닌데 어제 비도 오고 길도 너무 막혀서 동물병원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더라구요. 그래도 차타고 가야 하는 거리였으니까요..
갔는데 처음에는 검사때문에 마취제를 맞아서 애가 늘어져 누워있는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마취제를 맞은 것이 아니더라구요..
검사하는 도중에 애가 못 버티더니.. 쓰러졌다고 응급처치 중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선생님도 저랑 어머니가 도착하기 전에 애가 죽을까봐 많이 놀라셨던것 같아요. 이런저런 처치를 했는데 나중에는 선생님께서 가망이 없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마음에 준비하시고 마지막 인사 하시라고.. 그러시는데
정말 믿고싶지 않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겠더군요..
벌써 죽었어야 했는데 정신력을 버틴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이름 불러주시면서 안정시켜 주시라고.. 쓰다듬어 주시라고..
노환에의한 심장비대증으로 심장이 폐를 눌러서 폐렴까지 있었대요.
매일 안아주면서 이상하게 가슴부분이 좀 커진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늙어가면서 살이 더 찐건가보다.. 라고만 생각했고
애가 숨차해도 폐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도 못했어요.
자기 털 핥다가 털이라도 먹었나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밥도 항상 잘 먹고 변도 잘 봤으니까 건강에 이상이있다고는 생각 못했어요.
심장 안정시키는 주사를 놓으시고 응급처치를 하시더라구요.
어머니랑 제가 가서 부르니까 선생님은 아이가 혼수상태라고 했는데
어머니랑 저희를 한번 돌아보면서 눈을 마주치더라구요.
그리고 크게 한숨을 쉬더니.. 심장이 멈추더라구요.
애를 쓰다듬어 주는데 그게 느껴져서 너무 무섭고.. 너무 미안해서
항상 먼저 죽을텐데 생각은 해왔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그날이 어제가 될줄을 몰랐습니다.
15년동안 같이 살다보니..
이녀석이 이제 죽을때가 되었다고 항상 생각하고 살긴 했어요.
올해초만해도 쌩쌩했는데 여름지나면서부터 어딘지 기력이 점점 떨어져가는 것 처럼 보여서..내년까지 살 수 있을까.. 하긴 했지만
동물은 사람보다 길게 못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준비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제 병원에 데려간다고 나간게 집에서 마지막일줄은 몰랐어요.
아픈줄 알았으면 그럴 줄 알았으면 집이라도 더 한바퀴 돌아보게 하고 데려갈껄..
아침에 한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맛있는 간식이라도 하나 더 줄걸..
바로 며칠전에 새로 사온 튿지도 않은 밥이랑 맛있는 간식이이라도
다 먹고 가지.. 좋아하는 간식 새로 사온거 아직 튿지도 않았는데..
동물병원 선생님께서는 x-ray 결과 보여주시면서
병원에 안 오셨어도 하루 이틀 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오히려 집에서 며칠 더 살았을 수도 있지만 더 고통스럽게 갔을 거래요.
병원에서 발작없이 편하게 갔다고.. 위로해 주시더라구요.
11년째 병원 하면서 병원 개업했을 때 아기로 찾아왔던 동물들이 이제 많이 죽어간대요..
그런데 보면 힘들게 죽어가는 애들도 있는데
우리 애는 정말 고통없이 엄마랑 언니 보는 가운데서 편하게 갔다고 위로해주시더라구요.
집에서 가족들 다 없을때 혼자 죽었더라면..집에 가족들 들어왔을 때 얼마나 한이 되었을까..
아니면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왜 저러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울기만 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가족들 회한 덜 되게 하려고.. 어제 그렇게 병원에서
병명이라도 알고 간 것 같아요.
어제 하루 많이 같이 있어주시 못해서 미안하고 병원에 빨리 못데려가준거 미안하고.. 그래도 15년동안 가족들이 많이 사랑해줬으니까..
그리고 집에서 죽어서 병원에도 못 데려가보고 죽게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착하게 간거같아요.
자꾸 생각나고 너무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쁘게
가족들 그마나 덜 힘들게 하려고 고통없이 갔다.. 생각하고 보내주려 합니다...
그래도 딱.. 한 번 만이라도 더, 아직 살아있는 녀석을 안아주고 쓰다듬어줄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워리님과 주티비 드나드시는 분들께..
여기에 이런글 남겨서 죄송합니다. 그래도..제가 자주 드나들던 게시판이라서..같이 살던 아이를 추모하고 마지막을 정리해주고 싶었습니다..죄송합니다..
Comments
든 자리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짧은 시간이라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 15년을 함께 살았으니 깜장토끼님, 가족 분들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전 솔직히 스트롤 내리면서 병원측 잘못으로 무지개다리 건넜으면 광분하려다가요;;;
아가야가 편히 건넜다는 말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곳에 갔을겁니다요. 명복을 빕니다.
올해는 왜이리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는걸까요 ㅠㅠ
강아지가 깜장토끼 님 보려고 기다린 마음도
님이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더 해줄 걸.. 하시는 마음도
느껴져서 마음이 뻐근해져요.
15년 간 함께 했던 예쁜 모습들 항상 간직하고 지내신다면 강아지도 그 곳에서 좋아하겠죠? ㅠ ㅠ
'깜장토끼'님 너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힘 내세요.
저도 7살된 '퍼그'를 키우는데 TV나 주위에서 이런
일들을 보면 괜히 눈물이 납니다.
올해 중반 MBC의 '노견만세'에서 혜화동의 '찡이'의
견주님이 하신 말씀이 생갑니다.
중년의 여자분 이셨는데 개는 아무래도 사람 보다
수명이 짧다보니 자기 보다 빨리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게 참 함들 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KBS '당신의 개와 이별한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에서는 개를 키우면 언젠간 이별을 해야하는 준비를
하는 마음을 먹고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사실 그게
머리로는 이해가능하지만 가슴으로는 좀 힘들죠. ㅠㅠ
그래도 '깜장토끼'님 힘들어 하지 마세요.
15년간의 추억이 있으니까요.
아, '노견만세'에 나오신 분 ... (그 프로를 안 봐서 그 분이 나오신 건지 그 분의 어머니가 나오신 건지 모르겠네요) 여튼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 찡이 가족분 있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은 동물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세요.
깜장토끼님.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려요. 만일 정말로 너무 슬프고 견디지 못하겠다고 하시면 그 분 소개해 드릴게요. 그 분이 뭔가 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 아마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을 많이 알고 계시기에 도움이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노견만세 우연히 보게 됐는데..
반부터 보기 시작해서..
많이 울었구..
처음부터 또 보고싶다 생각했었는데..
아..
진짜 마음이 울리는 프로였어요...
아아, 정말 힘드시겠어요 T_T 그래도 그 애는 깜장토끼님과 가족분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을 거에요. 15년이라니, 얼마나 긴 시간인가요. 아픈 이야기 털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하셔도 되어요. 흑. 같이 나눠요.
제목보구 "세상에나..어떡해~"이럼서 클릭했어요..
토끼님...
힘내세요..뭐라고 말씀드릴게 없네요...
그 먹먹한..공허한 슬픈마음 제가 헤아리기도 어렵고..
저도 어릴때 잠깐 키웠던 담비..영웅이...하품이..걔네들하고 살면서 결국 이별하고..상처로 남아서 ..
다시는 키우지 말아야지 결심하고는..
애견센터 근처도 안가고 그랬어여..
저는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는데도..
그 식구로써 같이 살았을때는...
참..그냥 물들듯이 어느새 푸욱..정이 들어버리더라구요..
암튼..이건 중요한게 아니고..
토끼님..힘내시구...
좋은 데 가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무지개 다리 편하게 건너갔다고 해주신 강타빈님도 감사드리구요. 이름이생각안나요님, 멀더부인님 워리님 누리님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위로가 됩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요. 사실 어제 아침만 해두.. 1013 일이구나 주티비에 1013축하 메시지나 쓸까.. 하고 하루를 시작했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렇게 가서 황망하고 슬픈 하루가 되어버렸네요. 정말 여러분들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려요.
^_________________ㅜ
워리님 감사드리구요. 이제 우리 강아지 물건들 정리하고.. 그 동안 찍어둔 사진들 정리하면서 추스르고 있어요.
이제 와 보니까 사진빨 못받는다고 많이 안찍어둬서 아쉽긴 한데.. 그래도 찾아보니 이쁘게 나온 사진들이 꽤 있어서 그거 보고 정리하면서 가족들이 마음 달래고 있어요.
그래도 너무 힘들고 슬프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마음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_ _)
오늘에서야 글을 읽었습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요. 저도 16년동안 키운 강아지를 3년 전에 하늘나라에 보내고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우리 개는 몇 년간 노화로 인해 많이 앓다가 가서 언젠가는 가겠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래도 보낼 때 놀라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답니다. 깜장토끼님 글 읽으면서 우리 개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정말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십 몇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인데 하루아침에 얼굴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보고싶으면 사진 많이 보시고 눈물 나면 그냥 우시고... 그러다 보면 옛 시절 생각하며 웃으실날 옵니다. 저도 그랬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 동안 찍어만 놓고 정리안해둔 사진들 속에 강아지 사진 찾아내서 정리하고..
마침 딱 일주일전에 찍어둔 사진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할준 몰랐는데
참 드물게도 예쁘게 찍힌 사진이었는데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보게 됩니다.
옛날 모습생각하면 미소가 살짝 지어지다가도 또 찡해져서 눈물이 나고 .. 아직 그러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게 되고 추슬러 지네요. 저도 웃을날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슬픈 일이 있으셨군요.
고양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깜장토끼님도.. 무지개다리 건넌 그 아이도.. 평온을 찾으시길 빕니다.
아아..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깜장토끼님 슬픔이 느껴집니다..
에효... 너무 늦게 글을 봤네요..
저희 개도 13년 넘어가는데... 남에 일 같지 않습니다...
기운내세요...
네.. 작년에 저희 강아지가 혈액검사를 했었는데, 그땐 건강하다고 나왔었거든요. 참.. 강아지들은 일년일년이 다르다는게 이제사 느껴지네요.
그래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가니.. 점차 좋았던 기억만 남는 것 같아요. 그래두 순간순간 눈에 안보이면 어디갔지 하다가 아.. 이젠 없지.. 하기도 하지만요.
지누님, 마음의지도님, windup님의 마음에 감사드려요 ^^...
많은분들의 한 말씀 한 말씀들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15년이라...숨쉬는것처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익숙했던 녀석일텐데 갑자기 사라진 상황이 얼마나 힘드실까요..그래도 가족들과 인사하고 떠나려 기다렸던 아가가 참 고맙습니다. 그냥 가면 가족들이 느낄 죄책감을 지우지 않으려 기다렸겠죠. 착한 녀석.....
저도 17살 아가라 살다보니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니란 걸 압니다.
떠난 아가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 많이 들려주세요. 아마도 아직 가족 곁을 걱정스레 지키고 있지 않을까요?